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성장하는 교회’라는 호평을 받아왔으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성장 둔화현상이 나타났고 기독교인 수는 사실상 감소하고 있다. 수적인 쇄락도 문제이지만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1919년 삼일운동 당시 한국의 기독교 인구는 2천만 인구의 1%에 지나지 않는 20만명에 불과했으나 삼일운동의 준비단계, 참여와 동원 단계, 그리고 거사운동에서 25-30%의 역할을 감당하였고, 이 일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두 가지 오해 혹은 편견을 불식 시켰다. 첫째는 기독교를 서양의 종교로 인식했으나 기독교가 우리 민족의 종교일 수 있다는 점을 고양시켰고, 둘째는 기독교가 무군무부(無君無父) 종교이거나 멸기난상(滅紀亂常)의 종교가 아니라 기독교가 위민(爲民與德)의 종교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었다. 즉 교회는 신뢰 받는 공동체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1897년 당시 기독교 인구는 1만명도 채 되지 않는 소수였으나 이해 초에 발간된 ‘대한그리스도인회보’에 보면 ‘탐관오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기독교인들이다.’기록하고 있다. 기독교인으로 있다(being Christian)는 사실 자체가 불의한 세력의 위협이 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이 시기 기독교인은 소수에 불과했으나 불의에 저항하는 도덕적 힘이었다. 그러했기에 국민적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일제 치하에서도 기독교는 민족의 계도자였고 고달픈 식민지민이 기댈 언덕이었다. 일제 말엽 조선군 참모부가 보고한 조선사상운동개관 보고서에서, 기독교는 조선인들에게 소망을 주는 유일한 집단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 소망은 탈 역사적인 내세지향적 소망이 아니라 지친 삶의 현실에서 체험되는 희망이었다.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기독교회를 조롱의 대상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기독교회에 대한 신망은 그만두고 이제는 희롱의 대상이 되었고,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런 추락의 이면에는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장안의 화제가 된 교회 세습건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근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비리 혹은 비도덕적인 사례들이 일반신문에까지 유포되고 있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목회자들의 성추행사건, 모 목사의 폭행사건, 총회에서의 추태, 한국최대 교회를 자랑하던 교회 어른과 그 가족의 문제가 일간지와 주간지 심지어는 여성지의 톱 기사로 희화되고 있다. 어떤 목회자는 모령의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폭로를 막으려 수억 원을 주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형교회 건축도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사실이 어떠한가는 따져보아야 할 일이지만, 이런 문제가 일간 신문에 기사화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적 비난의 주제가 된다. 목회자의 부도덕은 한국교회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다.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을 빗대어 ‘선지자는 사라지고 약장수만 활개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단들의 활동 또한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이단들은 과거에는 은밀하게 활동 했으나 이제는 공개적으로 활개치고 있고, 기존의 혹은 기성교회를 역공하고 있다. 이제는 사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정통과 이단의 경계선을 훼파하고 있다. 때로는 막강한 금력을 이용하여 유력 인사를 매수하거나 교회 기관으로부터 정당성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어떤 집단은 정치적 진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단이나 사이비 집단 또한 한국교회의 위협이 되고 있다. 세속주의의 위협 또한 한국교회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교회가 사교(社交)집단화 되어 가고 신앙이 사회봉사활동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예배는 일상의 관행으로 형식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한국교회를 쇄신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목회자의 의식에 달려있다. 즉 세속적 가치로부터 자유하면 된다. 물질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 명예에 대한 욕망을 버리면 노회나 총회도 조용해 지고, 부질없는 욕심도 사라질 것이다. 기독교인은 처음부터 ‘과객’이였고, 교회는 ‘그 도성을 순례하는 모임’(the church sojourning in the city)에 불과했다. 나그네가 움켜잡고 살 것이 무엇이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