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개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자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새 정부 출범 후 국정의 예열 시간을 주자는 취지에서 상호 비판이나 강경 조치를 자제하는 밀월의 관행이 무색해져서다. 허니문은 통상 100일이다. 유래는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때다. 그는 의회와 협력해 100일의 특별회기 동안 대공황 위기 극복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일종의 유예기간(grace period)으로,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지원해주는 전통이다.

이재명 정부엔 협치의 기미조차 없어 보인다. 허니문보다 ‘새 정부의 성패는 초반 100일에 달려 있다’는 기조가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임기를 시작한 데다, 내란 종식을 선거전 전면에 내세웠던 터라 ‘대통령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말에 민감하다. 집권 초 강경 드라이브 수단은 정치·공직·기업 대상의 사정 정국 조성이다. 검사 120명이 투입되는 3개 특검 정국은 이를 뛰어넘는 고강도 긴장을 형성할 수 있다. 인사나 정책 집행에서 나타날 수 있는 논란을 상쇄하는 데도 용이한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가 급선무인 상황도 허니문 실종의 배경이다.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다음 차례로 꼽히는 입법 과제다.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돌려보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18일로 예정돼 있어서, 그 전에 재판 정지를 못 박으려 한다.

민주당의 지도부 개편 전망도 강경 일색이다. 오는 12∼13일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김병기(3선)·서영교(4선) 의원(기호순)이 나서 ‘친명 2파전’. 처음으로 의원(80%)만 아니라 권리당원(20%)이 참여한다. 지난해 6월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명분으로 당헌을 개정했다. 원내 사령탑을 뽑는데, 강성 기류의 권리당원의 표심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는 7월로 예상되는 당 대표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중앙위원 50%·권리당원 50%이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권리당원은 114만여 명. 결국, 이 대통령의 의중에 달린 셈이다.

출처: 문화일보(2025-06-09)